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돈을 사용한다. 오늘은 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할 예정이다. 출근길에 커피를 사고, 점심값을 결제하고, 온라인 쇼핑을 하고, 월급이 들어오면 카드대금을 납부한다. 대부분의 거래에서 실제 지폐와 동전이 오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마트폰으로 계좌이체를 하거나 카드를 결제하면 거래가 끝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돈은 처음부터 어디에 존재했던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돈이라고 하면 한국은행에서 발행하는 지폐와 동전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화폐를 발행하고, 현금은 분명 중요한 형태의 돈이다. 하지만 현대 경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돈은 현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은행 계좌에 기록된 예금 역시 경제활동에서 중요한 지급수단으로 사용된다.
한국은행은 통화를 크게 현금통화와 예금통화로 구분해 설명한다. 현금통화는 한국은행이 공급한 지폐와 주화이고, 예금통화는 은행의 신용창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예금 형태의 통화를 의미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등장한다.
은행은 단순히 이미 존재하는 돈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다. 은행의 대출 과정은 새로운 예금통화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돈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것과 시중은행이 대출하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은행은 정말 원하기만 하면 돈을 무한대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돈은 지폐와 동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돈의 생성 과정을 이해하려면 먼저 ‘돈’의 범위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가 지갑에 가지고 있는 5만 원짜리 지폐는 누구나 쉽게 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행 계좌에 들어 있는 100만 원도 사실상 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계좌에 100만 원이 있다면 현금으로 인출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송금할 수도 있으며, 카드나 자동이체를 통해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도 있다. 즉, 경제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지폐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쉽게 결제와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느냐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지표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통화지표인 M1은 현금과 요구불예금 등 지급결제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 높은 자산을 포함한다. M2는 M1에 정기예금 등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높은 금융상품을 추가한 개념이다.
따라서 우리가 “시중에 돈이 얼마나 풀려 있는가?”라고 이야기할 때는 단순히 한국은행이 발행한 지폐의 총액만 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원통화라는 개념도 알아야 한다.
본원통화는 쉽게 말하면 중앙은행이 직접 공급하는 통화의 기반이다. 민간이 보유한 현금과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에 보유하는 지급준비금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대출을 하거나 금융시장에서 증권을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급준비금을 공급하면 본원통화가 증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중은행은 이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할까?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받고,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장부에는 예금과 대출이라는 두 가지 항목이 동시에 기록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은행에서 1억 원을 대출받았다고 생각해보자.
은행이 금고에서 현금 1억 원을 꺼내 고객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경우 고객의 계좌에 1억 원이 입금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계좌에 새로운 1억 원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다.
은행의 자산에는 고객에게 빌려준 1억 원의 대출채권이 생긴다. 동시에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1억 원의 예금도 부채로 기록된다.
즉, 대출이 실행되는 순간 은행의 대차대조표 양쪽이 동시에 커진다.
대출채권 증가 → 예금 증가
이것이 은행을 통한 돈의 생성 과정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은행이 아무런 의무 없이 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객에게 만들어진 1억 원의 예금에는 그에 대응하는 1억 원의 대출채권이 존재한다. 고객은 앞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고, 은행은 그 대출을 자산으로 보유한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표현인 “은행이 돈을 만든다”는 말은 은행이 지폐를 찍어낸다는 뜻이 아니라, 대출 과정에서 예금 형태의 통화가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의미에 가깝다.
한국은행 역시 금융기관의 대출과 예금 과정이 반복되면서 최초에 공급된 본원통화보다 많은 예금통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은행이 대출하면 돈이 어떻게 늘어나는가?
이제 실제 사례를 통해 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아주 단순한 경제를 가정해보자.
중앙은행이 금융시스템에 100억 원의 본원통화를 공급했다고 하자. 그리고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은행이 일정 부분을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를 대출한다고 가정하자.
지급준비율을 10%라고 가정하면 첫 번째 은행은 100억 원 중 10억 원을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90억 원을 대출할 수 있다.
누군가 이 90억 원을 대출받아 물건을 구매했다고 하자. 물건을 판매한 사람은 받은 90억 원을 자신의 은행 계좌에 예금한다.
그러면 다른 은행에는 90억 원의 새로운 예금이 들어온다.
두 번째 은행은 그중 9억 원을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81억 원을 다시 대출할 수 있다.
이 81억 원이 다시 누군가의 계좌로 들어가고, 또 다른 은행에 예금된다고 하자.
세 번째 은행은 81억 원 가운데 8.1억 원을 지급준비금으로 남기고 72.9억 원을 대출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100억 원 → 90억 원 → 81억 원 → 72.9억 원 → 65.61억 원 → …
한국은행이 교육 자료에서 설명하는 대표적인 신용창조 예시도 100이라는 본원통화를 시작으로 90, 81, 72.9 등의 대출이 반복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이론적으로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충족된다는 극단적인 가정에서는 본원통화 100에 대해 총통화량이 1,000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신용창조 또는 예금통화 창출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중앙은행이 공급한 100억 원이 출발점이었지만, 은행의 대출과 예금이 반복되면서 경제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금통화가 더 큰 규모로 형성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같은 돈이 단순히 여러 번 세어지는 것과 새로운 예금이 만들어지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다.
첫 번째 사람이 은행에 100억 원을 예금하면 은행의 부채인 예금이 100억 원 생긴다. 은행이 그중 일부를 대출하면 대출받은 사람은 새로운 구매력을 갖게 된다. 그 돈이 다시 누군가에게 지급되고 은행에 예금되면 다른 은행의 예금으로 기록된다.
이렇게 은행 시스템 안에서 대출과 예금이 연결되면서 통화량이 확대되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흔히 발생하는 오해가 하나 있다.
“은행은 예금의 10%만 가지고 있으면 나머지 90%를 마음대로 대출할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이다.
이것은 신용창조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단순화된 모형으로는 유용하지만, 현실의 은행 시스템을 그대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은행은 단순히 지급준비금만 보고 대출을 결정하지 않는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신용도와 소득, 담보, 상환능력, 은행의 자본과 유동성, 각종 금융규제와 위험관리 등을 함께 고려한다.
한국은행도 100→90→81과 같은 전형적인 신용창조 사례가 현실을 단순화한 극단적인 가정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는 금융기관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을 전부 실행하지 않고, 차주 역시 대출금을 전부 다시 예금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통화창출 규모는 이러한
단순 계산과 달라진다.
따라서 “은행이 대출을 통해 돈을 만든다”와 “은행은 무한대로 돈을 만들 수 있다”는 전혀 다른 주장이다.
전자에는 일정한 경제적·회계적 근거가 있지만, 후자는 사실이 아니다.
돈의 양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그렇다면 중앙은행과 은행은 돈의 양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까?
이 역시 단순하게 생각하기 어렵다.
우선 중앙은행은 금융시스템의 핵심적인 출발점에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의 지급준비금을 관리하고, 공개시장운영이나 대출제도 등을 통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흡수한다. 지급준비제도 역시 금융기관이 일정한 지급준비금을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로, 지급준비율은 금융기관의 자금사정과 대출 여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통화정책은 단순히 “지급준비율을 조절해서 통화량을 몇 배로 늘린다”는 방식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주요국의 통화정책은 금리를 중심으로 운용된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일반적으로 시장금리와 대출금리도 하락 압력을 받는다. 돈을 빌리는 비용이 낮아지면 가계와 기업의 차입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금리 8%일 때는 수익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투자하지 않았지만, 금리가 4%로 내려가면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거나 설비를 확대할 수 있다.
가계 역시 주택이나 자동차 구매를 위해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신용이 확대되면 경제에서 거래에 사용되는 예금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돈을 빌리는 비용이 커진다. 가계는 대출을 줄이거나 소비를 줄일 수 있고, 기업 역시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바꿀 수 있다.
한국은행도 금리 상승이 차입을 억제하고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감소시키는 경로를 통해 총수요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또한 금리 변화는 은행의 대출 태도와 신용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돈의 양은 중앙은행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숫자가 아니다.
중앙은행의 정책 → 시장금리 → 은행의 대출조건 → 가계·기업의 대출수요 → 예금과 신용의 증가 또는 감소
라는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 움직인다.
경제 상황도 중요하다.
경기가 좋고 기업의 투자가 활발하며 사람들이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높다면 대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경기침체가 발생하고 사람들이 빚을 줄이려고 한다면 금리가 낮더라도 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은행 역시 대출을 무조건 늘리지 않는다.
은행 입장에서 대출은 수익을 만들어내는 자산이지만 동시에 부실 위험을 가진 자산이기도 하다. 대출받은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의 자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은 대출자의 신용도와 담보, 소득, 상환능력 등을 평가한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은행이 대출 심사를 더욱 보수적으로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이 돈을 공급한다고 해서 그만큼의 돈이 반드시 가계와 기업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은행과 차입자, 그리고 경제 전체의 수요가 함께 참여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인플레이션과의 관계도 이해할 수 있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 경제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다. 생산과 고용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가 생산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보다 수요가 지나치게 빠르게 증가한다면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행도 통화량 증가가 소비와 투자 확대를 통해 생산과 일자리를 늘릴 수 있지만, 동시에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대출이 지나치게 빠르게 감소하면 경제의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많이 만들거나 적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경제가 지나치게 과열되지도, 지나치게 얼어붙지도 않도록 금융과 실물경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무리
돈은 단순히 한국은행에서 찍어내는 지폐의 총액이 아니다.
현대 경제에서 돈은 크게 현금과 예금 형태로 존재하고, 특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제적 지급수단에서 은행 예금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앙은행은 본원통화를 공급하고 금융시스템의 지급준비금과 유동성에 영향을 미친다. 시중은행은 가계와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면서 예금통화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대출받은 돈은 소비와 투자에 사용되고, 다른 사람의 소득과 예금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금융시스템 안으로 들어온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경제 전체의 통화량과 신용 규모가 변화한다.
따라서 돈의 생성 과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중앙은행이 금융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본원통화를 공급하고, 은행의 대출과 예금 과정에서 예금통화가 만들어지며, 경제주체의 대출 수요와 상환, 은행의 대출 여건에 따라 통화량이 계속 변화한다.
여기서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은행이 돈을 만든다는 말이 은행이 공짜 돈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출로 새로운 예금이 생기는 동시에 은행에는 대출채권이 생기고, 차주에게는 갚아야 할 부채가 생긴다. 대출이 상환되면 그에 대응하는 예금통화도 감소할 수 있다.
결국 현대의 돈은 신용과 부채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왜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 줄어드는지, 왜 금리가 내려가면 신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지, 왜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왜 과도한 신용팽창이 물가나 자산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돈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은행이 돈을 어떻게 만드는가”를 배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돈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떻게 금융시스템을 통해 늘어나며, 다시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금리와 인플레이션, 부동산과 주식시장, 그리고 현대 경제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다.